제품 제작 일정을 잡을 때 흔히 하는 방식은 오늘부터 앞으로 날짜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산처에서 “본생산은 20일 정도 걸립니다”라고 하면 오늘 날짜에 20일을 더해 생산 완료일을 예상합니다.
하지만 거래처 납기를 관리할 때는 반대로 계산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거래처가 제품을 받아야 하는 날짜를 먼저 정하고, 그 날짜에서 운송·포장·검품·생산·자재 준비 기간을 하나씩 거꾸로 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일정을 계산하면 언제까지 샘플을 확정해야 하는지, 자재는 언제 준비돼야 하는지, 어느 단계부터 일정이 위험해지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래처 입고일을 기준으로 생산 일정을 역산하는 방법을 실제 예시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납기는 생산 완료일이 아니라 거래처 입고일에서 시작한다
생산처와 거래처가 생각하는 납기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생산처는 제품이 공장에서 나가는 날짜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고, 거래처는 실제 창고나 물류센터에 제품이 도착하는 날짜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처에서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9월 25일 출고 가능합니다.
거래처가 원하는 날짜도 9월 25일이라면 일정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생산처에서 9월 25일 출고하고 거래처까지 배송하는 데 이틀이 필요하다면 실제 입고는 9월 27일이 됩니다.
따라서 생산 일정을 잡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거래처 요청일이 출고일 기준인지
- 거래처 창고 입고일 기준인지
- 특정 시간까지 입고해야 하는지
- 물류센터 입고 예약이 필요한지
- 주말이나 공휴일 입고가 가능한지
출고일과 입고일의 차이는 이전 글인 ‘출고일·출하일·납품일·입고일 차이|납기 기준이 어긋나는 이유’에서도 정리했습니다.
일정은 최종 입고일에서 거꾸로 계산한다
거래처 입고 희망일이 확정됐다면 이제 날짜를 역산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가 9월 30일까지 제품 입고를 요청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제품 제작 과정이 다음과 같다고 해보겠습니다.
- 국내 배송: 2일
- 생산처 출고 준비: 1일
- 검품 및 포장: 3일
- 본생산: 15일
- 인쇄 및 사전 가공: 3일
- 자재 준비: 7일
- 최종 샘플 승인: 자재 준비 전 완료
단순하게 역산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됩니다.
9월 30일
거래처 최종 입고
9월 28일
생산처 출고
9월 25~27일
검품 및 포장
9월 10~24일
본생산
9월 7~9일
인쇄 및 사전 가공
8월 31일~9월 6일
자재 준비
즉 이 일정이라면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제품 사양과 샘플이 확정돼 있어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오늘부터 며칠 걸리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입고일에서 하나씩 거꾸로 계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산처가 말한 ‘20일’이 어느 구간인지 확인해야 한다
역산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생산처가 말하는 생산 기간의 기준입니다.
생산처에서 “20일 정도 필요합니다”라고 답하더라도 다음 중 어느 의미인지에 따라 전체 일정이 달라집니다.
- 발주일부터 20일
- 자재 준비 후 20일
- 샘플 승인 후 20일
- 생산라인 투입 후 20일
- 검품과 포장까지 포함해 20일
- 실제 출고까지 20일
따라서 생산처에는 다음과 같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씀하신 20일이 자재 준비부터 출고까지 포함한 기간인지, 자재 준비 완료 후 본생산에 필요한 기간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 하나만 정확히 해도 일정 계산 오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생산처가 말하는 기간을 바로 납기로 확정하면 안 되는 이유는 ‘생산처가 일주일이면 됩니다라고 해도 납기를 바로 확정하면 안 되는 이유’ 글에서도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자재 준비 기간을 따로 계산해야 한다
본생산 일정에 자재 준비 기간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별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에 따라 다음과 같은 자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메인 원단
- 안감
- 지퍼
- 웨빙
- 버클
- 금속 부자재
- 라벨
- 케어라벨
- 포장재
- 아웃박스
기성 자재라면 준비 기간이 짧지만 별도 색상이나 주문 제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며칠에서 수주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산 일정에는 자재별로 필요한 시간을 따로 반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가장 오래 걸리는 자재의 준비 기간이 전체 일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재 입고 지연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자재 입고가 늦어지면 생산 일정은 어떻게 바뀔까’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샘플 확정일을 가장 앞단에 넣는다
역산하다 보면 결국 일정의 시작점은 샘플 및 제품 사양 확정일로 연결됩니다.
원단 색상, 제품 사이즈, 인쇄 위치, 부자재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 자재 발주나 본생산을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납품일에서 역산한 결과가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늦어도 9월 1일에는 자재 발주가 시작돼야 한다.
그렇다면 샘플과 제품 사양은 적어도 그 전에 확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거래처의 최종 샘플 승인이 9월 5일까지 늦어졌다면 최초 납기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샘플 승인일은 단순한 확인 날짜가 아니라 전체 생산 일정의 시작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관련 내용은 ‘샘플 확정이 늦어지면 납기가 밀리는 이유|사양 승인부터 본생산까지의 흐름’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검품과 포장 기간을 빼먹지 않는다
생산 일정을 역산할 때 가장 자주 빠지는 항목 중 하나가 검품과 포장입니다.
본생산이 20일이라고 해서 20일째 되는 날 제품이 바로 차량에 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이 만들어진 뒤에도 다음 작업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 완제품 수량 확인
- 외관 검품
- 불량 선별
- 재작업
- 부족 수량 추가 생산
- 개별 포장
- 라벨 부착
- 아웃박스 포장
- 출고 수량 확인
특히 검품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당초 예상보다 일정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산할 때는 최소한 검품·포장 기간을 별도로 확보하고, 품질 리스크가 높은 제품이라면 재작업 여유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산 완료와 실제 출고 가능일의 차이는 ‘생산 완료와 출고 가능은 다르다|검품·포장까지 끝나야 납품 일정이 확정되는 이유’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을 단순히 날짜에 포함하면 안 된다
일정을 계산할 때 달력상의 날짜와 실제 작업 가능한 날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생산이 10일 필요하다고 해도 생산처가 말하는 10일이 달력 기준인지 영업일 기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 요소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토요일 생산 여부
- 일요일 생산 여부
- 현지 공휴일
- 거래처 휴무일
- 물류센터 입고 불가일
- 선박 또는 항공 운송 스케줄
- 명절 및 장기 휴무
특히 해외 생산은 중국 춘절이나 국경절처럼 장기간 공장이 멈추는 기간이 있어 단순한 날짜 계산만으로 일정을 잡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정표에는 날짜뿐 아니라 실제 작업 가능일을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에는 최소한의 여유를 남겨둔다
역산 결과가 거래처 입고 희망일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해서 그대로 납기를 확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계산 결과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예상 입고일: 9월 30일
- 거래처 요청일: 9월 30일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라도 자재가 늦거나 검품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바로 납기 지연이 됩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은 여유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자재 일정 여유
- 생산 일정 여유
- 검품 및 재작업 여유
- 운송 지연 여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시간을 흔히 버퍼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여유 기간은 일을 늦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은 변수가 전체 납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실제 납기 역산 예시
조금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거래처가 10월 31일 물류센터 입고를 요청했다고 가정합니다.
10월 31일
거래처 입고 완료
10월 29~30일
국내 배송 및 물류센터 입고 준비
10월 26~28일
검품·수선·포장
10월 6~25일
본생산
10월 1~5일
인쇄 및 사전 작업
9월 20~30일
원단 및 부자재 준비
9월 19일 이전
최종 샘플 및 사양 승인
여기에 일정 여유를 3~5일 정도 두고 싶다면 실제로는 9월 중순까지 샘플을 확정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그런데 거래처에서 9월 말까지 디자인을 수정하겠다고 한다면 기존 10월 31일 납기가 가능한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이것이 납기를 역산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어느 단계까지 언제 끝나야 최초 납기를 지킬 수 있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이 이미 늦었다면 대안을 같이 계산한다
역산 결과 현재 일정으로는 거래처 요청일을 맞출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단순히 “납기 불가”라고 답하기보다 어느 공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일부 자재 선발주
- 생산라인 우선 배정
- 일부 수량 선생산
- 분할 납품
- 일부 물량 선출고
- 추가 검품 인원 투입
- 해외 생산 시 일부 물량 항공 운송
- 국내 직배송
전체 수량은 10월 31일까지 어렵지만 일부 수량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급한 일정 요청을 받았을 때 확인해야 하는 사항은 ‘급한 납기 요청을 받았을 때 먼저 확인해야 하는 8가지’ 글에서도 정리했습니다.
엑셀 일정표도 역산 방식으로 만들면 편하다
실무에서 생산 일정표를 만들 때는 다음 항목 정도만 있어도 관리하기 편합니다.
| 작업 단계 | 필요 기간 | 완료 목표일 | 실제 완료일 | 상태 |
|---|---|---|---|---|
| 거래처 입고 | – | 10/31 | – | 예정 |
| 운송 | 2일 | 10/30 | – | 예정 |
| 검품·포장 | 3일 | 10/28 | – | 예정 |
| 본생산 | 20일 | 10/25 | – | 예정 |
| 인쇄 작업 | 5일 | 10/5 | – | 예정 |
| 자재 준비 | 10일 | 9/30 | – | 진행 |
| 최종 승인 | – | 9/19 | – | 대기 |
이렇게 정리하면 거래처나 생산처에서 일정이 변경됐을 때 어느 단계가 영향을 받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생산 일정표 구성 방법은 ‘생산 일정표를 만들 때 반드시 넣어야 하는 7가지 단계|납기일 역산 실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래처에는 역산 결과를 기준으로 안내한다
거래처가 납품일을 요청하면 바로 가능하다고 답하기보다 내부적으로 역산한 뒤 회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상 가능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안내할 수 있습니다.
요청하신 ○월 ○일 입고 기준으로 생산 및 운송 일정을 역산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일까지 사양 확정 시 일정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처 최종 일정 확인 후 확정 납기를 안내드리겠습니다.
샘플 확정이나 발주 일정이 늦어질 경우에는 조건도 함께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요청하신 납기 기준으로는 ○일까지 최종 사양 확정이 필요합니다. 이후 확정될 경우 생산 및 운송 일정에 따라 입고 일정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내하면 단순히 납기가 가능하다거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떤 조건에서 해당 납기가 가능한지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납기는 오늘부터 생산 기간을 더해서 계산하는 것보다 거래처가 실제 제품을 받아야 하는 날짜에서 거꾸로 계산하는 방식이 훨씬 실무적입니다.
입고 희망일에서 다음 과정을 하나씩 빼면 됩니다.
- 운송
- 출고 준비
- 검품과 포장
- 본생산
- 인쇄와 사전 가공
- 자재 준비
- 샘플 및 사양 확정
이렇게 역산하면 어느 단계까지 언제 완료해야 하는지 명확해지고, 납기 지연 가능성도 미리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산처가 제시한 생산 기간만 보고 납기를 결정하기보다 최종 입고일에서 전체 공정을 역산한 뒤 일정 여유까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납기 관리는 제품이 언제 완성되는지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거래처가 필요한 날짜에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공정을 거꾸로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